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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학가도 '선행 학습' 바람…학점경쟁 탓
작성일 2004-04-29 조회수 12937
수업을 듣기 전에 같은 과목을 학원에서 미리 배우는 이른바 '선행 학습'이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이로인해 대학 강의와 동일한 과목을 많이 개설하고 있는 외국어학원, 회계학원은 물론 테니스 등 운동학원 강의에도 방학이면 대학생들로 넘쳐난다.

서울의 종로의 C 어학원에는 방학을 맞아 수강생이 30% 가까이 늘었고 특히 일반 회화반이 아닌 작문, 문법 등 대학강의와 직결되는 강좌에는 수강생이 배 이상늘었다.

이 학원에서 중국어작문을 배우는 대학생 이모(20·여·Y대 2년)씨는 8일 "최근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이나 아예 해외에서 살다 와 외국어가 탁월한 학생들이 많다"며 "학점에서 밀릴 것 같아 방학동안 학원을 다니고 난후 학교수업을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회계학원을 다니는 심모(19·S대 1년)씨도 "전공필수인 회계원리를 2학기때 신청했고 같은 과목을 학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미리 듣고 있다"며 "한달만 집중적으로 미리 공부하면 실제 좋은 학점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학원에 오게됐다"고 말했다.

선행학습 바람은 심지어 운동강좌로까지 번져 신림동의 한 테니스학원 관계자는 "방학이후 10∼20일짜리 단기속성 과정이 없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이유를 물어보면 상당수가 다음 학기에 테니스강의를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신입생 등 저학년의 경우 광역학부제 실시로 전공선택이 학점에 따라 좌우됨에 따라 원하는 전공을 승인받기 위해 학생들 사이의 학점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또 고학년들 사이에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에 대한 걱정속에 조금이라도 높은 학점을 받아두는 것이 앞으로 사회진출시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생각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의 이런 경향에 대해 과거와 달리 학점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대학 및 사회 풍토가 빚어낸 부작용이라며 대학강의가 '학문탐구'가 아닌 단순한 '학점따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준원 교수는 "고교시절 과외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의존적인 공부를 계속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교수들이 좀더 노력해 토론식 강의, 지필고사를 탈피한 다양한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이런 부작용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