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은 멘탈이 부서져 ‘난 안 될 거야’라며 망연자실하면서도 합격 수기에 뭐라고 쓰면 좋을까 헛된 상상을 하던 모순의 시기였습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쓰고 있으니 정말 꿈같고 감사합니다.
통대를 들어가는데
필요한 것은 결국 한국어 실력, 중국어
실력 그리고 논리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 대학을
나와 대학기간을 포함해 약 5-6년간 중국에서 거주했습니다. 중국어를
처음 배우던 때 반 년 조금 넘는 기간 만에 구HSK 9급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기초를 잘 잡아놓았고
유학시절에도 서면어를 좋아해 자주 접하고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에 반해서 지난 5-6년간 한국에서 지낸 기간은 총 2달 정도이고, 제 주변에는 온통 중국 친구들뿐이다 보니 한국어는 저도 모르는 새 많이 잊어버린 상태였습니다. 논리력은 아마 제로 상태였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합격 수기는
어떻게 보면 한 해외파의 반성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 특히 해외파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 겪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ㄱ. 지난 1년간 통대 입시를 하면서 깨달은 점
1. 요약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저는 초기 때 요약은 어떤 정해진 답안이 있고 원문의 핵심문장을
잘 골라 이어 붙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연히 답 맞추는 데에만 열중했습니다. 수개월이 지나 겨우 요약 모범답안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 깨달았습니다.
- 핵심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며
- 요약
문장은 읽었을 때 매끄러워야 하고(연결어)
- 그
자체로 하나의 글이어야 합니다.
원문을 내 머릿속에 넣어 되새김질해
다시 뱉어낸다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2. 통번역은 되새김질, 재해석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약과 비슷한 것 같은데 내가 먼저 이해한 후 가장
자연스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두 통/번역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입시기간 때는)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3. 이 과정은 어디까지나 입시과정입니다.
저같이 바보 같은 분이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뼈아팠던 깨달음이기에 적습니다.
자료는 ‘양보다 질’
‘자료를 많이 접하면
언젠가는 몸에 붙겠지’라고 생각하고 ‘질보다 양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간과한 점은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결국 ‘몸에 붙은 것’은 자료가 아니라 특별히 공을 들여 암기했던 단어들뿐이었습니다. 외우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이 접해서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통/번역, 요약 등 뭐든지 쉬운 단어로 ‘쉽게 쉽게’
또 저는 어휘에 많이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적어도 입시 기간 때는 어휘의 난이도보다는 유창함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전 평소 스터디든 수업이든 통역을 할 때 당장 떠오르는 단어보다는 머릿속을 헤집어 다른 좋은 단어로 변환시키려고 하다 보니
버벅거리게 되고 듣기에는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 이 사실을 저는 학원 다닌지 장장 9개월만에 깨달았습니다.. 꼭 저 같은 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ㄴ. 하루 공부 스케쥴 (공부 방법에 대한 감을 찾은 후)
시역 스터디 : 한중/중한 각 1편
필사 : 한/중 사설 각 1편
시역 : 학원 중국어 자료 2편/ 개인
프린트 한국 사설 2편
개요 짜기 : 2개
낭독 : 어휘 암기의 연장선
자체 모의고사 : 갑/을 각 1편
어휘 암기 : 분량 자유
녹음 스터디 : 한/중 사설 각 1편
이 외 자주 못 하거나 시험 대비 잠시 했던 공부
모의고사 스터디 : 갖고 있는 녹음파일로 다른 파트너와 둘 다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모의고사후 녹음 사설을 사전에 프린트해
분석 후 크리틱 (개인적으로 큰 효과를 봤습니다)
순차 통역 : 시간 부족 (계획과는 다르게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ㄷ. 스터디에 관해
가장 먼저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남들이 하니까’, ‘안 하면 불안하니까’하는 스터디는 자습만 못합니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스터디는 스스로
늘고 있다는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 달이 넘어가도 ‘왜
하는진 모르겠지만 안 할 수는 없으니까 해야지’란 생각이 든다면 과감히 그만두세요. 감히 시간낭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 시역 : 필수 스터디
순차 통역 등 다른 것들은 일주일 쉰다고 실력이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 같은데 시역은 이틀만 쉬어도 버벅거림이 크게 늘었습니다. 시역은 혼자서,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매일 꾸준히 해야 합니다.
2. 테이킹(순차 통역)
테이킹은 혼자 하기에 가장 어려운 스터디 입니다. 우선 녹음파일 또는 직접 읽어줄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혼자 순차 통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고역이었습니다. 또 노트 테이킹(속기)은
하는 만큼 늘기 때문에 시역과 더불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 지금도 글로벌, 한국, 중국 등 기초적인 테이킹 기호조차도 쓰지 않습니다. 기호를 만들어도 손에 붙지 않아서 초반에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입시 후반기가 되니까 자연스레 기호 없이도
테이킹에 큰 어려움은 없게 되었습니다. 혹시 저 같은 분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굳이 기호에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3. Q&A 또는 면접 준비
해외파라면 1차 끝나고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Q&A의 점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하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적어도 7~8월까지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작문
스터디 보다는 혼자서 매일 개요를 쓰고 학원의 월요 작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혼자서 매일 개요를 2개씩 쓰는 것으로 작문을 대비했습니다.
ㄹ. 추천 스터디
이 스터디들은 제가
공부방법을 조금이나마 깨달은 후 했던 모든 스터디 입니다. 이런 스터디를 한 사람은 적어도 지난 1년간은 저와 제 파트너 민지 뿐이라서 다른 분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아래 스터디(?)들로 매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1. 어휘 자율 스터디
앞서 말했듯이 어휘의 난이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단어가 어느 정도 쌓여있는 분이라면 어휘 스터디의 중요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단순히
어휘만 외우면 실제 활용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스터디 시간까지
할애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휘를 안 외울 수는 없어서 매일 파트너와 사진을 주고받았습니다. 사진은 제가 단어를 얼마나 외웠는지 증명할 수 있는 (단어장
등) 사진들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제가 외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격려차원에서 진짜 어휘 암기 스터디보다 오히려 도움 받았던 것 같습니다.
2. 작문/Q&A/성어 자율 스터디
역시 파트너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문자로 작문 주제를 주고 받았습니다. 이 스터디는 1차가 끝난 후
Q&A 질문 5개와 성어 5개를 주고받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스터디에 대한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의무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3. 녹음 스터디
이 스터디는 왜 좀 더 일찍 하지 않았을까 후회했던 스터디 입니다 (저는 후반기에 자체 모의고사를 매일 2개씩 했기 때문에 녹음파일을
좀 더 일찍부터 모아두었으면 하는 후회가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녹음 파일은 자체 모의고사, 순차 통역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또 녹음할 때 사투리, 톤, 발음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국어 사설 1개와 중국어 사설 1개를
녹음해서 주고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모국어 사설을 읽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스스로 들었을 때 민망할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저는 이 스터디로
중국어 사투리를 교정했고 어휘 암기 등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퍼포먼스도 크게 늘었다고
느꼈습니다.
ㅁ. 스마트폰 활용
전 시역을 제외하고는
테이킹, 모의고사, 작문,
면접 모두 혼자 준비했습니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
녹음기
시역, 테이킹을 혼자
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져 대충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녹음을 하면 스스로 크리틱도 할 수 있고 아무래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2.
그 외 어플리케이션
이 외에도 엑셀 파일을 넣어 단어장으로 활용해 단어암기와 검색을
할 수 있는 어플, 녹음 파일 배속을 조절할 수 있는 어플도 있으니 잘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어플을 소개하려다가 너무 광고 같아서 뺐어요 ^^;;;;;)
3.
사설
공부를 하면서 사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사설을 한 데 모아놓은 데가 생각처럼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아실 것
같지만 적어봅니다.
- 다음 사설 : http://media.daum.net/editorial/
(여기서 ‘칼럼 전체보기’를
하면 과거 사설도 볼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사설 : http://news.naver.com/main/main.nhn?mode=LSD&mid=shm&sid1=110
- 新浪评论 : http://news.sina.com.cn/opinion/
(모바일 버전에서는 사설이 분야별로 나뉘어 있어 보기에 좋습니다)
- 新华网评 : http://www.xinhuanet.com/comments/gdpl.htm
(매일 업로드되는
사설의 수가 가장 많습니다)
ㅂ. 2014년도 2차 기출 문제
교수님들께서 기사가 아닌 다양한 소스에서 문제를 출제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짧진 않았던 것 같은데 제 능력의 한계로 더 찾진 못했습니다. 2차
시험 대비하실 때 심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차는 외대 홈페이지에도 올라오는 걸로
알고 있어서 생략했습니다.)
중한:
中国“影子银行”就是中国金融控制的产物。正是严格的金融控制导致正规金融不能满足实体经济的需求,从而催生非正规金融。市场中有很多需求,由于严格的监管可能导致银行没法提供这方面的服务,而“影子银行”应运而生。“影子银行”虽然游离于金融机构外,但有市场的需求。中国的利率管制意味着,国有部门的借款人能以人为的低利率获得资金,而地位较不利的借款人只能在灰色市场中支付高得多的利率。
한중:
다문화가족 자녀의
어머니는 한국어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라서 대화를 하거나 학습지도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럴수록 위축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녀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 풍부한 어휘력 등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ㅅ. 마치면서…
짧게 쓰리라 다짐했는데
쓰고 보니 이렇게나 기네요. 위 내용들은 제가 지난 3개월동안
뼈저리게 했던 후회들입니다. ‘왜 진작 몰랐을까’ 자책했고
지난 7개월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후회를
하지 않도록 다른 해외파 수강생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점을 중점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글 솜씨가 부족하다 보니 더 간결하고 와닿게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도움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한테 올해는 멘탈
단련하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눈에 띄게 실력이 늘고
있는데 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 절망했고 못 붙을 것 같아 너무 불안했습니다. 흔히 외국어 공부를 계단에 비유하는데 저는 1차
시험 2,3일 전에야 처음으로 아주 조-금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0개월만에 처음 늘었다는 걸 느낀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 실력 안는다고 저처럼 불안에 떨지 마시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선생님들의 ‘멘탈 싸움’이라는 말처럼 담대하게! 수험생활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송쌤, 가쌤.. 제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는, 멘탈이 조금이나마 강해지는 한 해를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문제점을 콕 짚어준 진실 씨와 친화력, 사교성, 사회성
없는 저를 보듬어준 밥터디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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